
딸기뷔페를 처음 경험한 것은 2020년 그랜드 워커힐 서울 더파빌리온에서였다. 딸기를 사랑하는 저 질러 양이 올해도 예약을 잡아주어 함께한 서울호텔 2023 Must be Strawberry! 딸기와 생크림, 부드러운 치즈케이크와 쵸코초쿄 찐득 케이크와 여러 가지 식재료에 올라타 한껏 향기와 자태를 뽐내는 딸기의 대 향연, 그 축제에 다녀왔다. 예약은 3분 만에 종료되었다는데 서질러양이 빛의 속도로 클릭질해 진입에 성공했다고 한다.
롯데호텔과 딸기부페
서질러양의 설명에 의하면 롯데 그룹의 이름은 ‘샤롯데’에서 비롯되었는데 괴테의 세계적인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따온 아름다운 이름이라 한다. ‘샤롯데’는 소설을 넘어 껌과 과자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해 유통업계의 선두주자가 됐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는 명품호텔과 백화점 브랜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서질러양과 함께한 우리 4인방은 1층 로비에서 만개한 개나리와 노란 튤립으로 장식된 거대한 화분 앞에서 먼저 와 있는 봄을 만끽하고 6~7만 원 대의 독창적인 케이크가 전시된 베이커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멤버 중 1인인 이양은 청나라의 고가구를 연상케 하는 가구점 앞에서 섬세한 서랍장은 약장이라고 주장했고 나는 고흐와 태오 형제가 주고받은 편지를 보관했던 문서함인 것 같다고 받아쳤다. 화려한 천장의 장식과 인공폭포를 배경으로 하는 카페에서 딸기뷔페가 펼쳐질 모양이었다
2023 Must be Strawberry
딸기를 주제로 한 메뉴가 50여 가지나 되었고 접시에 한 땀씩 담아 올릴 때마다 이런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메뉴를 개발하신 분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시그니쳐 메뉴인 프리미엄 딸기 케이크는 정보력 뛰어난 다른 고객들이 서너 개씩 데려가는 바람에 금세 품절되었고 리필될 때마다 우리 멤버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재빨리 달려가 4조각 이상을 겟할 수 있었다. 운무에 뒤덮인 생딸기들은 일렬로 줄을 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고 딸기뿐 아니라 핫푸드코너가 있어 오늘을 위해 식사를 생략하고 도착한 고객들에게 양송이수프, 비프스튜, 새우볼, 로제떡볶이, 볶음밥까지 푸짐하게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테이블에 놓인 오믈렛 티켓을 보여주면 횟수에 제한 없이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친절함까지!
그렇다면 가격은 얼마인가
성인 1인이 89천 원으로 참으로 놀라운 가격이었으나 입 벌리고 눈만 동그랗게 떠 보이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2020년 이후에 고생한 우리가 이 정도 호사는 누릴 수 있는 거 아닌가 말이다. 다행히 소인은 49천 원인데 남자친구의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예약을 했다는 어떤 분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고는 과연 그 남자분이 진심으로 기뻐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자리에 오신 남성분들은 어느 정도 희생과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앉아계신 듯하였다.
전체적인 분위기
롯데호텔에서 펼쳐지는 딸기축제는 로비에 들어서자 고풍스럽고 깨끗한 분위기로 입장하는 이들을 품격 있게 맞이해 주었고 화장실의 파우더룸에 장식된 대리석에서 느껴지는 위엄이 이용하는 이들에게 자존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천정의 화려한 장식과 샹들리에, 곳곳에 전시된 미술작품들이 고급스러움을 더해 주어 오늘 하루 서울 한 복판에서 딸기와 더불어 아름다운 종합예술을 접한 듯 만족감을 주었다.
후기
아무리 속을 비우고 왔어도 인간이 먹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89천 원어치를 다 먹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그 많은 음식을 클리어하지 못해 엄청난 탄소를 배출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우리 4인방이 같은 직장 소속이지만 각자 근무지가 달라 자주 만나지 못하는 터라 소중한 만남의 장을 제공받은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우리의 위장 기능이 현저히 떨어짐을 확인하며 오늘 이 딸기 파티가 우리의 마지막 딸기 파티가 될 것 같다는 서질러 양의 슬픈 발언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